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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칼럼

전세사기 형사고소장 — 변호사 없이 낼 만한가

결정문을 받은 다음 날 아침에 문서 편집기를 열었다. 접수하고 1주일 만에 정식 배당 안내를 받았고, 접수부터 진술까지 보완은 세 번이었다. 이 구간에서 변호사는 쓰지 않았다. 결론부터 적으면, 접수와 1차 진술까지는 혼자 해도 됐다.

접수부터 지금까지, 시간표

시점 무엇이 있었나
결정문 수령 다음 날 고소장 작성 시작
접수 당일 담당자 확인 통화, 보완 자료 안내
접수 +1주일 정식 배당 안내
출석 요구 통보 후 1차 조사, 속기록·추가 증거 제출 요청
조사 +1개월쯤 임대인 소환조사
현재 송치 / 불송치 대기

지역과 사건 유형에 따라 세부 절차는 달라진다고 한다. 흐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만 확인했다.

고소장은 감정이 아니라 배열이었다

첫 줄에 사건의 골자를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그다음 임대차 체결 일자, 확정일자, 보증금, 지급 방식, 반환 약정, 연락 두절 시점, 회생·파산 진행 상황을 시간 순서로 배열했다. 줄글로 서술하되 날짜와 금액은 숫자로 적었고, 추측은 넣지 않았다.

경찰은 팩트만 본다. 그래서 오래 고민해야 할 지점은 하나였다. 원래 사기 칠 사람이 아니었는데 사기를 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는지.

증빙은 계약서 사본, 주민등록 초본, 확정일자 확인서, 계좌 이체 내역, 문자·메신저 캡처, 통화 녹취 요약, 등기부 등본, 경매 개시 결정문, 전세사기피해자 결정문 순으로 붙였다. 파일명 앞에 번호를 달아 뒤에 이어질 진술과 번호를 맞췄다. 나는 파일을 이름이 아니라 번호로 불렀다. 증적 3호, 이런 식이다.

순서 본문 항목
1 사건 개요
2 기망의 정황
3 처분 행위
4 손해 발생
5 증빙 목록
6 수사 협조 의사

접수는 한날 한시에 단체로 갔다

제출 경로는 두 가지다. 관할 경찰서 방문 접수, 또는 우편 접수. 우리는 다가구 주택이고 입주민 전원이 같은 피해 상황이라 시간을 맞춰 함께 갔다. 민원실에 온 이유를 설명하고 고소장을 수기로 적어 내려갔다.

접수 당일에 확인 통화가 왔고 담당자가 보완 필요 자료를 짚어 줬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추가 파일을 정리했다. 보완 요청은 지시가 아니라 협업 신호였다. 빨리 회신할수록 다음 절차가 매끄러웠다.

조사에서 쫄지 않으려면 요약표가 필요하다

출석 요구 통보를 받고 진술 준비에 따로 시간을 냈다. 막상 가면 쫄 수 있다. 내가 피해자이고 무엇이 범죄 사실인지 말할 자신이 있어도, 수사관이 물으면 어느 쪽이 나에게 유리할까를 계산하게 된다.

부질없는 계산이다. 사실만 말하면 된다. 문제는 사실이 바로 기억나지 않아 당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점, 금액, 어떤 방식으로 기망당했는지를 표로 만들어 갔다.

1차 조사가 끝나고 녹취록은 속기사를 써서 제출하고 증거는 메일로 보내라는 안내를 받았다. 우리는 단체로 속기사무소에 연락해 부동산 계약 녹취와 통화 녹취를 속기록으로 바꿨다. 숨고에서 찾았다. 속기록은 전체본도 냈지만 실제로 일을 한 건 요약표였다. 발화자, 핵심 문장, 시간, 파일명만 적어 수사관이 번호로 대조할 수 있게 했고, 고소장 본문과 같은 번호 체계를 유지했다.

법원 문서는 증거가 아니라 정황이다

임대인이 회생이나 파산을 진행 중이면 법원에 낸 사건 문서를 열람할 수 있다. 나는 타임라인을 먼저 정리한 뒤 그 문서를 읽었다. 돈을 어떻게 써 왔는지, 빚이 얼마인지, 내가 입주할 시점에 나에게 말하지 않은 채권이 얼마였는지가 거기 있었다.

다만 이건 정황이지 증거가 아니다. 우리는 흥신소가 아니고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모아 두고 정리해 두는 것까지가 우리 몫이다.

직접 낼 사람과 맡길 사람

접수부터 1차 진술까지는 혼자 해도 됐다. 필요한 건 변호사가 아니라 번호 체계와 요약표였다. 서류를 시간순으로 세울 수 있고, 보완 요청이 오면 바로 회신할 수 있는 사람은 직접 내라. 나는 그렇게 세 번 보완했고, 기록의 일관성이 유지되자 이후 절차가 빨라졌다.

반대로 맡길 사람은 이렇다. 피의자 조사와 계좌 추적 동의, 보완수사 요구 대응이 겹치기 시작한 사람. 문서를 시간순으로 배열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사람. 비용이 걸리면 무료 법률 상담 창구와 지자체 상담, 인터넷 법률 상담을 병행하면 부담이 줄어든다.

결정문이 문을 열었고 고소 서류가 길을 만들었다. 멈칫하면 늦어지고 정리하면 앞당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