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3개월 뒤 회생, 2년 뒤 파산 — 전세사기 대응기 1화
2023년 2월에 신축 빌라를 계약했다. 도장을 찍고 다음날 바로 잔금을 치렀다. 세 달 뒤 임대인은 간이회생을 신청했다고 통보해 왔다. 그때 건물에는 이미 13억 8천만 원짜리 근저당이 얹혀 있었고, 감액을 약속한다던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내가 제때 한 일은 전입신고 하나였다
2023년 3월에 이사했고, 같은 달에 전입신고를 해서 대항력을 얻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 한 가지가 유일하게 제때 한 일이다. 보증금 액수와 건물 소재지도 여기서는 밝히지 않는다.
다가구 원룸이었다. 사는 사람은 대부분 20~30대였다. 6월 말에는 우리 건물에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걸렸다. 계약한 지 넉 달째였다.
2년 3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 시점 | 일어난 일 |
|---|---|
| 2023년 2월 | 계약, 다음날 잔금 |
| 2023년 3월 | 이사·전입신고, 대항력 확보 |
| 2023년 6월 | 간이회생 신청 통보, 유치권 현수막 |
| 2024년 3월 | 임대인이 회생동의 요청, 입주민 면담 |
| 2024년 5월 | 임대인 이혼, 공동명의 자산·사업체 대표 이전 |
| 2024년 12월 | 법원 회생종결 결정 |
| 2025년 3월 | 임대인 잠적 |
| 2025년 5월 | 개인파산 신청, 사과 문자 |
회생동의를 받아 낸 달과 이혼을 준비한 달이 같다
2024년 3월, 임대인은 회생동의를 해 달라며 입주민들을 불러 모았다. 보증금을 되찾으려면 동의 말고는 길이 없다는 설명이었고, 우리는 동의했다. 나중에 알았다. 같은 3월에 그는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5월에 이혼하면서 부부공동명의 자산을 정리했다. 사업체 대표 자리도 전 배우자에게 넘겼다. 12월에 법원은 회생절차를 잘 지켰다는 이유로 회생종결을 결정했다. 법원의 관리에서 벗어난 지 석 달 만인 2025년 3월, 임대인은 잠적했다.
판단해야 할 건 하나다. 투자에 실패해서 여기까지 온 임대인인지, 처음부터 내 돈을 계산에 넣고 움직인 사람인지. 회생동의를 받아 낸 달과 자산을 정리하기 시작한 달이 같다는 사실이 내 답이다.
형사고발을 직접 쓴 것이 제일 후회된다
사기죄와 사기파산죄로 임대인을 형사고발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직접 썼다. 로톡으로 여러 변호사와 상담을 해 두고도 선임은 미뤘다. 선임한 뒤에 다시 진행해 보고서야 왜 변호사를 쓰는지 알았다.

지금은 근저당권자인 은행이 임의경매를 넣은 상태고, 우리는 채권자로 배당요구를 해 뒀다. 배당으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신청은 인정받았다. 남은 일은 배당 절차를 끝까지 지켜보는 것, 재산 은닉 의혹의 증거를 더 모으는 것, 관리비 횡령 부분을 경찰에 따로 진술하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면 이렇게 하라
전입신고를 아직 안 했다면 오늘 하라. 이건 미룰 이유가 하나도 없는 절차다. 그다음은 등기부의 근저당 총액을 건물 전체 보증금 합과 나란히 놓고 보는 일이다. 13억 8천이라는 숫자를 계약 전에 봤어야 했다.
회생동의를 요구받았다면, 동의 전에 임대인의 자산 상태가 최근에 움직인 적이 있는지부터 확인하라. 동의는 한 번 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리고 회생종결은 끝이 아니다. 우리 임대인은 종결 석 달 뒤에 사라졌고 다섯 달 뒤에 파산을 신청했다.

형사고발은 혼자 쓰지 마라. 이 하나만 다르게 했어도 지금 자리가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아직 피해자 결정신청을 안 했다면 그건 먼저 해도 된다. 결정문 자체가 경매를 지연시키는 카드가 되기도 한다.
긴 싸움이다. 다음 화부터는 단계별로 실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하나씩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