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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칼럼

아파트 사전점검 — 대행업체를 부를 만한가

준공 연락은 2년 6개월 만에 왔다. 사전점검 일정은 등기로 받았고, 방문은 다음 주다. 나는 이 단지 입주예정협의회 회장이라 내 집만 보고 나올 수가 없다.

첫 청약에 당첨돼 들어가는 소규모 아파트다. 아무도 안 하던 시기에 아무도 안 보던 단지에 넣었고 그게 됐다. 저지르고 나서 공부하는 순서였다.

무엇을 볼 것인가

항목을 여섯 갈래로 나눴다. 눈으로 보는 것, 손으로 여닫아 보는 것, 물을 틀어 보는 것을 섞어야 한 번에 끝난다. 한 바퀴 돌고 “괜찮아 보이네”로 끝나면 그날 방문은 버린 것이다.

갈래 볼 것 방법
마감 벽지·몰딩 흠집, 벽·바닥 모서리 눈 + 사진 기록
개구부 창문·도어 밀착, 틈새 바람 여닫아 보고 손등으로 확인
배수 화장실·주방 배수 물을 직접 틀어 본다
전기·통신 콘센트·랜 포트·스위치 위치 배선 도면과 실제 거리 측정
치수 방별 실측 레이저 줄자, 가구 배치도와 대조
소음 문 여닫는 소리, 벽 두께 체감 수준까지만

배수는 눈으로 안 보인다. 물을 틀어 봐야 안다. 전기·통신은 내가 잡을 자신이 있는 쪽이라 배선 도면을 들고 들어가 실제 거리를 잰다.

마감보다 무서운 것

대행업체가 잡는 하자는 눈에 보이는 흠집이 아니다. 벽체 파손, 천장 누수, 벽체 크랙, 샤시 수평 불량, 구배 불량, 배관 불량. 이 여섯 중 절반은 장비 없이 못 본다.

구배 불량은 화장실 바닥이 배수구 쪽으로 기울지 않은 것이다. 입주하고 나면 물이 고인다. 천장 누수와 배관 불량은 열화상으로 잡는 항목이고, 샤시 수평도 눈대중으로는 어렵다. 내 눈으로 감당되는 건 크랙과 파손 정도다.

동선은 반대로 돈다

두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돌면 같은 것을 두 번 본다. 나는 정방향, 와이프는 역방향으로 출발한다. 나눠 도는 것보다 겹쳐 도는 쪽이 낫다는 후기를 여럿 봤고,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방마다 사진을 찍고 실측한다. 집에 돌아와 가구 배치도와 대조하고, 동선이 어색하면 입주 전에 인테리어 업체와 조율한다. 측정은 레이저 줄자로 한다.

대행업체를 부를 만한가

입예협 박람회 업체 중 한 곳을 섭외했다. 전부를 맡기려는 게 아니라 내가 놓치는 것을 잡아 달라는 쪽이다. 업체가 잡아 주더라도 그게 심각한 하자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비용과 업체명, 리포트 형식은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부를 사람, 안 불러도 되는 사람

부른다. 천장 누수·배관 불량·샤시 수평처럼 장비가 있어야 잡히는 항목을 스스로 못 보는 사람. 사전점검이 처음인 사람. 점검 시간이 짧게 잡힌 단지.

안 불러도 된다. 걱정이 마감 하자에 그치고, 사진과 실측을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사람. 벽지 흠집과 문틀 밀착은 눈과 줄자로 끝난다.

나는 둘 다 걸려서 이중으로 간다. 업체를 부르되 내 체크리스트를 따로 들고 들어간다. 업체 리포트만 받아 오면 무엇이 빠졌는지도 모른 채 서명하게 된다.